Q. 대표님, 헬렌도론 교수법이 성공하게 된 다양한 요인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볼까요? 왜 이 방법이 성공적이었던 걸까요?

이 교수법이 성공한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아무래도 기여도가 큰 나선형 학습법의 중요한 특징에 대해 더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네요.

나선형 학습법이란 교육학계에 등장한 지 얼마 안 된, 비교적 새로운 개념입니다. 어떤 과제를 단번에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개념을 강화하며 가르치는 개념을 나선형 학습법이라 합니다. 이 개념은 학생들이 어떤 주제를 맞닥뜨릴 때마다 자신의 지식기반을 넓히거나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아주 자연스런 과정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4살짜리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던 수업에, 2살배기가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업 초기엔 지금처럼 수업 교구가 충분치 않았기에, 한 반에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포함되어 있었거든요. 물론 요즘은 훨씬 더 세부적으로 반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쨌든, 이 아이는, 요즘 우리가 일명 '산만하다'고 부르는 그런 종류의 아이였습니다. 아이는 하루 종일 비행기 소리를 내며 교실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제가 새로운 것을 가르치기만 하면, 날아다니기를 멈추고, 비행기가 교실에 착륙했습니다. 아이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앉았고, 고도로 집중했습니다. 새로운 교구로 가르치는 걸 끝내면, 바로 일어서서 다시 교실을 날아다니기 시작했죠. 그 아이는 새로운 교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선형 학습법은 종합학습법(Mastery method)보다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종합학습법으로 아이를 가르치게 될 경우 비록 그 활동이 다르고 재미있더라도, 교구가 새롭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새로운 정보가 제공하는 자극을 주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배우길 원하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모든 정보를 한 번에 습득하지 않는다 해도 이를 어색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다른 것을 배우기 전에, 그 전 정보를 완전히 이해하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선형 학습법의 경우, 아이들이 다음 달, 혹은 다음 해에 같은 것을 다시 배우기 시작한다 해도, 다른 맥락 속에서 새롭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같은 개념의 다른 뉘앙스를 배우고, 언어 이해에 대한 폭을 확장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train'이란 단어를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죠. 걸음마 수준의 유아는 단순히 이 단어를 '칙칙폭폭가는 열차(choo-choo train)'로 인지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서 더 배우게 되면, 그 단어는 추가적인 의미를 덧붙이게 됩니다. 가령 웨딩드레스의 긴 뒷 라인(wedding dress train)이란 의미가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는 것이죠. 또 ‘train’을 누군가를 가르치다, 훈련하다란 의미의 동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train of thought)이란 뜻으로도 확장이 됩니다. 이런 식의 발달과정을 통해 아이가 다양한 맥락에서 'train'을 배우면, 훨씬 더 풍부한 뉘앙스로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Q. 나선형 학습법이 자연스러운 습득방법이라는데 반해, 왜 여전히 종합학습법이 훨씬 더 많이 사용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일부 교사와 학부모가 종합학습법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든 완전히 알 때까지 가르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접근법과 활동으로 가르쳤던 것을, 가르치고 또 가르치는 거죠. 종합학습법의 경우, 아이들이 그것을 온전히 이해할 때까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아이들이 배운 모든 것을 다 기억하진 못할 것입니다. 정보가 주입되었을 경우, 배운 것의 대부분은 잊어버리게 되죠.

사실, 종합학습법은 가르치는데 있어서는 훨씬 더 만족스럽고 쉬운 방법입니다. 나선형학습법의 경우, 커리큘럼을 꼭 미리 계획해야 합니다. 학습방향을 분명히 인지해서 개념이 도입되는 매 단계별로 미리 기획해 놓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교사들에게 이렇게 촘촘히 짜여진 커리큘럼이 있지는 않습니다. 헬렌도론 프로그램의 경우, 생후 3개월, 그 다음주, 1달 뒤, 1년이 되었을 때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저희는 나선형 학습법을 기반으로 아주 견고하게 짜여진 커리큘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과학적이고 연구 바탕의 커리큘럼을 제작하기 위해, 교육계 및 아동발달에 종사하는 전문가들과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나선형 학습법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이 전혀 이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재미있게 놀면서 배운다는 점입니다. 비록 이 방식이 저희에게는 충분한 연구와 계획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에 다소 부담은 되지만, 저는 이 학습법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이 커리큘럼은 아이들을 재미있게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방안을 고려했을 뿐만 아니라, 지루하게 만드는 상황까지 감안해 제작되었습니다.

오래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한 선생님이 수업을 마치고 교사실에 들어갔더니, 다른 선생님이 오늘 수업이 어땠냐고 묻자 그 선생님이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합니다.
'제가 뭘 가르친지는 알겠는데, 아이들이 뭘 배웠는지는 모르겠어요'
애석하게도,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교육의 단면입니다.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삐걱거리고 있지만, 학부모는 여전히 이런 방식의 수업에 아이들을 수강시킬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런 방식으로 배웠고 또 그게 옳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 방법이 부모님들에게는 합당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식의 수업을 좋아하지 않을 테지만, 부모님들은 이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학부모는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배우고, 배운 정보를 보유할 것이라는 생각을 믿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본인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고 성장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