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도론 유아영어] 제 자녀가 모국어와 제2외국어를 섞어서 말해요, 왜 그럴까요?
- 작성일2017/04/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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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 2살 된 제 아이가 제2외국어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현재 모국어와 섞어서 말을 하고 있어요. 가끔씩 한 문장에 두 언어를 넣어서 사용하거든요. 이것이 정상적인 건가요? 아니면 제가 틀린 문장을 바로잡아야 할까요?
헬렌여사의 답변 : 걱정하지 마세요. 언어를 혼합하는 것은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유아들이 겪는 언어 발달 과정 중 아주 자연스런 단계입니다. 한 언어로 얘기할 때 또 다른 언어의 단어를 사용하거나, 아예 언어를 바꿔서 말하는 것(code-switching)은 이중 언어를 배울 때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우선 아이들이 어떻게 언어를 배우는지 이해한 뒤에, 아이들이 대화를 할 때 추가적으로 배운 언어를 어떻게 통합시키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결정적 기간은 생후 3년
첫 해에 아이들은 음운을 가지고 놉니다. 떠듬거리고 단어를 만들기 시작하죠. 일반적으로 생후 18개월쯤에 아이들은 "엄마", "아빠", "잘가" "안녕"과 같은 한 단어로 된 말을 합니다. 2살 즈음된 유아는 어휘가 늘어서 "모두 갔어", "더 주세요" "엄마 나가요"와 같이 짧은 문장 안에 두 세 단어를 조합해서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3살이 되면, 평균적인 아이들은 기본적인 모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고, 대략 90%이상 문법적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것은 매우 일반적인 수순이고, 아이들은 개별적으로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 말하는 것을 배웁니다. 어떤 아이들은 더 나이가 들어야 완전한 문장을 말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자녀가 모국어만 배우든 혹은 그 이상의 언어를 배우든, 언어 학습의 핵심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아이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동의 어휘 발달율은 아이들이 얼만큼 대화에 노출되었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유아에게 더 많이 이야기를 해줄수록, 아이는 더 빠르게 새로운 단어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저는 종종 부모님들이 "그런데 제 아이는 아직 말을 못하는데 제가 애한테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게 무슨 소용이 있죠?"라고 물어보시는 걸 듣습니다. 심지어 선생님 혹은 학력이 높은 사람들도 이런 질문을 합니다. 저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놀라곤 합니다. 분명한 것은, 아동 언어습득의 가장 기본원칙은 INPUT=OUTPUT이라는 점입니다. 이 말은 유아가 더 많이 언어에 노출될수록 또 그 언어의 양과 어휘가 풍부할수록, 아이가 배울 것이 더 많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유아는 매우 영리하기 때문이죠. 아이들의 뇌는, 언어를 들으면 노출빈도와 지속성에 따라 그 언어를 분석해서 부호화시킨 후에 그것을 재생산하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그저 아이에게 말을 많이 걸어주세요 . 또 가능한 한 아이에게 노출시키는 정보를 시(rhymes), 책, 노래, 대화 등으로 풍부하게 해주세요. 그렇게 계속 말을 시켜주세요.
이중언어 학습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과정
그렇다면 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제2외국어인 영어를 배우는 것이 나을까요? 일부 가정에서는 부모님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제2외국어를 맞닥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가끔은 보모나 양육을 해주는 사람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집에서 아이를 조기 영어수업을 듣게 하거나 영어유치부을 보내는 경우도 있죠. 그게 어떤 상황이든지, 아이에게 제2, 제3 외국어를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잘 살려주시기 바랍니다. 7살까지는 아이들이 모국어처럼 손쉽게 다른 언어도 배울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제2,제3외국어를 배우면 이에 따른 신경회로가 형성 되고 두뇌에 언어를 처리하는 영역이 생기게 됩니다.
동시 언어 습득(simultaneous language acquisition)
아이가 어릴 때(태어난 후부터 3살까지) 다른 언어에 노출되는 상황을 '동시 언어 습득'(simultaneous language acquisition)이라 부릅니다. 이 말은 아이가 모국어를 배우면서 동시에 제2외국어를 배운다는 의미입니다. 이중언어 아동이 겪는 언어 습득과정이 좀 다르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 아이들도 모국어만 배우는 아이들이 거치는 발달 단계를 똑같이 겪습니다. 사실,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두뇌가 언어습득에 용이하게 구성되는 이점을 더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어릴수록 더 좋습니다.
최근까지, 이중언어 아동을 기르는 부모들에게 추천된 방식은 OPOL(one person, one language)이라고 불리는 "한 부모당 한 언어"를 사용하는 접근법이었습니다. 이것은 다문화 가정에서 이중언어 아동을 기르는데 한 부모가 아이에게 한 가지 언어만 사용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모의 언어가 절대로 섞이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죠. (출처 : Ronjat, 1913) 최초에 이를 주장한 이론가들은 각 언어를 개별적으로 다른 사람과 연관시키는 것이, 이중언어 아동들을 헷갈리지 않게 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이유를 댔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조사는 이 접근법에 반대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같은 사람이 다른 언어로 말을 걸었을 때도 두 언어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두 언어를 혼동하지 않고 말하고 이해하도록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패트리샤 쿨(Patricia Kuhl)박사는 워싱턴 대학교 학습 및 뇌과학 연구소(Institute for Learning and Brain Sciences University of Washington)에 있는 연구자들이 아동의 이런 능력이 유아기 때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박사는 "아이는 전 세계의 시민이 될 수 있다며, 어떤 언어든 손 쉽게 구사할 수 있고, 어느 문화권에서든 생후 8개월 미만 영아는 전 세계 언어의 음운을 모두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가 두 언어를 섞어 쓸 때
종종 아이들이 모국어를 배우다가 제2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두 언어의 단어를 섞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언어놀이는 전혀 문제가 없고, 발달과정상 자연스러운 상황이니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는 두 언어가 헷갈려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언어의 음운과 사용법을 살펴보며 노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언어를 갖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체화하게 됩니다. 또 두 언어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것(code-switching)은 언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단계입니다.
30년간 언어과학자로서 ESL과정에 필요한 영어 교수법을 만들면서 저는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상황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언어를 습득하는데 중요한 것은 필요성입니다. 만약 아이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이처럼 아이가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특정 언어를 사용해야만 한다면, 아이는 그 언어를 빠르게 습득하게 됩니다.
그러니 아이가 두 언어를 섞어가며 언어를 갖고 노는 것을 들으시면 아이를 야단치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대신, 자상하게 아이가 모국어를 쓰다가 실수할 때처럼 바른 예시를 보여주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만약 아이가 "엄마 갔어다(mommy goed)"라고 말하면 부모는 "응, 맞아 엄마 갔어(mommy went)"라고 대답하며 자연스럽게 아이의 말을 고쳐줄 것입니다. 아이는 이런 정보를 받아들이며 올바른 단어를 쓰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부모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지나치게 엄격하게 아이의 말을 고치는 것입니다. 대신에 아이가 당신이 사용하는 말을 들을 수 있게 해주시고, 아이들이 2개국어 혹은 3개국어까지 쓸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이끌어 주시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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